내 음악 리뷰들 24

데프헤븐 내한공연, 2019년 11월 16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

공연은 예상했던 만큼 좋았다. 음원에 비해서 스튜디오에서의 작업을 거쳤을 포스트락적인 요소가 약해졌는데, 모든 곡들이 메탈 색채가 강했던 2015년의 New Bermuda 앨범처럼 들렸던 것은 아니다. 이 날 공연장에서의 분위기는 좀 어수선했다. 스테이지 앞 쪽에서 뛰어노는 소수의 관객들이 있었고, 다수의 관객들이 뒤에서 어정쩡하게 서서 관람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긴 했는데, 분위기가 그랬다. 또 눈살을 찌푸리게 할만큼 휴대폰으로 녹화하는 관객들도 많았다. 밴드의 음악이 예술성 있는 인디음악처럼 홍보되기도 했고, 현대카드 고객들만 예매할 수 있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였던건가 싶다. 트위터에서 말하는 것처럼 광란의 공연이고 그렇지 않았다. 아무튼, 그래도 밴드의 퍼포먼스는 훌륭했고 밴드..

아메리칸 스타일의 두 얼굴 - 크리스천 랜더/한종현, 2012, ★★★★

이 책의 원제는 Stuff White People Like로 직역하면 백인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저자가 운영하던 동명의 블로그 포스트들을 모은 책이다. 2008년에 원서가 출간됐지만 책에서 다루는 150개의 유무형의 재화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인기 있는 것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나로서는 저자가 의료보험과 대중교통의 옹호자들을 비꼴 때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이 책에서의 전반적인 비판들이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2019년도에 이 책을 읽다보면 역시나 11년 사이에 확 바뀌어버린 미국의 정치 지형이 생각난다. 저자가 신나게 놀리는 백인 중상류층들은 몇 년째 정치 뉴스를 편한 마음으로 못 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1) 사실 미국 국적의 백인 중상류층이 아니더라도 뉴스를 가끔씩이라도 보는 사람이라..

트래비스 스콧:날 수 있어 - 앵거스 월, 2019, ★★★

트래비스 스콧:날 수 있어는 작년에 발표됐던 트래비스 스콧의 빌보드 1위 앨범, ASTROWORLD의 발매 전후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트래비스 스콧이 제작에도 참여한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 제일 잘 나가는 젊은 래퍼인 트래비스 스콧의 일상을 보여준다. 스콧의 어릴적 홈비디오들도 볼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트래비스 스콧이 지금 얼마나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는지, 얼마나 어른들에게 깍듯한지, 얼마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지를 보여준다. 트래비스 스콧의 팬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주류 컨텐츠로 부상한 브이로그 카테고리에도 넣을 수 있을 법한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이 든다. 제일 인기 있는 연예인답게 트래비스 스콧은 한시간 반짜리 브이로그를 찍어서 넷플릭스에 업로드했다. 팬들은..

미드 90 - 조나 힐, 2019, ★★★★

미드 90은 90년대 중반 LA에서 12살 소년이 스케이트 보드 문화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이다. 각본과 감독 역할을 동시에 맡은 조나 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영화라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 나오는 자동차와 패션과 음악을 보면 정말 많은 정성과 추억이 담긴 영화라는 사실이 느껴진다. 노래 선곡은 조금 아쉽지만 괜찮은 편이다. 사춘기 소년들의 감성과 생각(나는 알 것도 다 알고 어른들도 우습지만 정작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남성 집단에서 서열로 인해 벌어지는 미묘한 신경전, 가족의 문제 같은 것들도 잘 묘사가 돼 있다. 여성 묘사는 아쉽다. 감독이 본인의 소년 시절을 회상하며 찍은 영화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다 싶기도 하다만. 힙합과 거리 문화에 대한 동경이나 애정이 있는 사람이 ..

서구 문명의 몰락 - 페넬로페 스피리스, 1981, ★★★

1981년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당시 LA의 펑크 락 씬을 다룬 영화다. 공연 영상과 밴드 멤버들, 팬들, 매니저들, 클럽의 운영자들, 음악 잡지 기고자들과 편집자까지 여러 인물들을 인터뷰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영화 단 두 편 만으로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비교를 해보자면, 뉴욕 펑크씬을 다루는 이 예술 교육과 기성 언론과 예술계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진다면(형식도 극영화이며, 주제도 피상적이다), 에서 LA 펑크씬을 다루는 방식은 더 자유롭고, 주제도 현실적이다. 그런데 밴드들의 노래가사 내용은 또 에서의 밴드들이 더 피상적이고, 은 오히려 단순하다. 재밌는 부분이다. 당시 펑크 음악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관객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펑크씬의 다양한 관계자들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