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 리뷰들/공연 7

트래비스 스캇 포트나이트 공연, 2020년 4월 26일, ★★★★

트래비스 스캇이 포트나이트 게임 속에서 공연을 했다. 사전에 공지되었던 시간에 게임에 접속해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수십 명의 플레이어와 같은 방에 모인 후 게임 속에서 콘서트를 즐길 수 있었다. 나도 직접 접속해서 이 콘서트에 참여했는데, 내 게이밍 생활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카니예 웨스트는 몇 차례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 아키라가 자신에게 평생에 걸친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트래비스 스캇 역시 원피스를 비롯한 일본 만화들에 대한 애정을 여러 차례 고백한 바 있다. 유튜브를 보다보면 비디오 게임과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흑인들의 영상이나 댓글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런 서브컬쳐도 미국 흑인들 문화의 일부가 되었으리라고 추측하고 있다(그러고보면 오뉴블에도 일..

데프헤븐 내한공연, 2019년 11월 16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

공연은 예상했던 만큼 좋았다. 음원에 비해서 스튜디오에서의 작업을 거쳤을 포스트락적인 요소가 약해졌는데, 모든 곡들이 메탈 색채가 강했던 2015년의 New Bermuda 앨범처럼 들렸던 것은 아니다. 이 날 공연장에서의 분위기는 좀 어수선했다. 스테이지 앞 쪽에서 뛰어노는 소수의 관객들이 있었고, 다수의 관객들이 뒤에서 어정쩡하게 서서 관람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긴 했는데, 분위기가 그랬다. 또 눈살을 찌푸리게 할만큼 휴대폰으로 녹화하는 관객들도 많았다. 밴드의 음악이 예술성 있는 인디음악처럼 홍보되기도 했고, 현대카드 고객들만 예매할 수 있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였던건가 싶다. 트위터에서 말하는 것처럼 광란의 공연이고 그렇지 않았다. 아무튼, 그래도 밴드의 퍼포먼스는 훌륭했고 밴드..

톰 요크 내한공연, 19년 7월 28일, 올림픽홀, ★★★★★

★★★★★ 톰 요크의 솔로 작업물들을 그리 즐겨듣지는 않았지만 라디오헤드의 팬이고 톰 요크에 대한 호감도도 있어서 이번 공연에 가게 됐다.공연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뒷배경으로 나오는 영상도 환상적이었고, 세 명의 음악가가 연주하는 음악도 좋았다. 도중에 악기들도 여러 번 바꿔가면서 공연을 했는데, 톰 요크가 베이스를 연주하던 노래 정말 좋았다. 톰 요크의 솔로 음악은 녹음된 음원보다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들었을 때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리듬과 음향 효과가 중요한데, 이런 음악은 큰 스피커로 들어야 맛이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유튜브로 최근 투어 영상들 찾아봐도 공연 때의 그 느낌이 안 나더라. 정말 모범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공연이었고, 무대 매너도 좋고, 관객들 반응도 좋았다. 다시 톰 요..

YO LA TENGO, 요 라 텡고 내한 공연, 16년 11월 30일, YES24 무브홀

이름은 들어봤고, 나중에 한 번은 들어봐야지, 들어봐야지 하는 밴드들 중 하나가 바로 요 라 텡고였다. 그러던 참에 이번에 내한 온다길래 가 봤다. 공연은 두 파트로 나누어졌었고, 첫 파트에서는 어쿠스틱 편곡의 세트리스트, 두번째는 일렉트릭 사운드의 세트리스트였다. 첫 파트는 솔직히 졸렸다. 두번째 파트는 꽤 괜찮았는데, 베테랑들이 만들어내는 공연은 확실히 힘 있고 좋았다. 후반부에 갈수록 분위기가 무르익었었고. 다만 나는 요 라 텡고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렇기에 첫번째 세트리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많이 피곤해진 상태였는데다가, 사실 이 좁은 공간에 지나치게 많은 관객을 몰아넣은 주최측에 불만을 몇시간째 느끼던 터라… 물론 나도 현매로 갔던 거긴 한데. 팬들에게는 정말 행복했을 공연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