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 리뷰들/책과 영화, 다큐멘터리 12

열정 - 장 뤽 고다르, 1982, ★★★★

제목: 열정 감독: 장 뤽 고다르 개봉일: 1982년 5월 26일 길이: 88분 언어: 프랑스어 A beautiful and masterful film with no rule (이 영화는 리뷰 없이 보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추천하는데, 보실 생각이 있으시면 이 리뷰는 안 읽으시는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다 감상하신 후에 제 리뷰를 보시면서 본인과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보시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표면상 영화 만들기에 관한 영화인 은 작품 속 주인공인 영화감독 Jerzy처럼 고다르 역시 “스토리”를 포기한 영화이다. 자크 리베트의 걸작 이나 페데리코 펠리니의 같은 창작에 관한 영화에서는 고뇌하는 창작자들도 플롯의 일부이지만, 이 영화는 작품 속 창작자의 고민이..

비브르 사 비 - 장 뤽 고다르, 1962, ★★★

제목: 비브르 사 비 감독: 장 뤽 고다르 개봉일: 1962년 8월 28일 길이: 80분 언어: 프랑스어 1960’s Godardesque film 는 좋은 영화지만 감정적으로 설득되는 영화는 아니었다. 이 영화는 내가 막연히 생각하는 초기 고다르 영화의 전형에 해당하는 영화였다. 흑백 표준화면에서 특이한 촬영과 편집이 진행되고, 문학과 철학, 고전 영화에 대한 애정이 묻어 나오며, 젊고 아름다운 배우들과 황량한 무대인 도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된 플롯의 내러티브가 별로 설득적이지 못했고, 도중에 나오는 장면들과 대사도 나에게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수잔 손택은 이 영화를 호평했다고 하고, 당시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그 해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객들을 이끌었다고 하는데, ..

아메리칸 스타일의 두 얼굴 - 크리스천 랜더/한종현, 2012, ★★★★

이 책의 원제는 Stuff White People Like로 직역하면 백인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저자가 운영하던 동명의 블로그 포스트들을 모은 책이다. 2008년에 원서가 출간됐지만 책에서 다루는 150개의 유무형의 재화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인기 있는 것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나로서는 저자가 의료보험과 대중교통의 옹호자들을 비꼴 때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이 책에서의 전반적인 비판들이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2019년도에 이 책을 읽다보면 역시나 11년 사이에 확 바뀌어버린 미국의 정치 지형이 생각난다. 저자가 신나게 놀리는 백인 중상류층들은 몇 년째 정치 뉴스를 편한 마음으로 못 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1) 사실 미국 국적의 백인 중상류층이 아니더라도 뉴스를 가끔씩이라도 보는 사람이라..

트래비스 스콧:날 수 있어 - 앵거스 월, 2019, ★★★

트래비스 스콧:날 수 있어는 작년에 발표됐던 트래비스 스콧의 빌보드 1위 앨범, ASTROWORLD의 발매 전후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트래비스 스콧이 제작에도 참여한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 제일 잘 나가는 젊은 래퍼인 트래비스 스콧의 일상을 보여준다. 스콧의 어릴적 홈비디오들도 볼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트래비스 스콧이 지금 얼마나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는지, 얼마나 어른들에게 깍듯한지, 얼마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지를 보여준다. 트래비스 스콧의 팬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주류 컨텐츠로 부상한 브이로그 카테고리에도 넣을 수 있을 법한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이 든다. 제일 인기 있는 연예인답게 트래비스 스콧은 한시간 반짜리 브이로그를 찍어서 넷플릭스에 업로드했다. 팬들은..

미드 90 - 조나 힐, 2019, ★★★★

미드 90은 90년대 중반 LA에서 12살 소년이 스케이트 보드 문화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이다. 각본과 감독 역할을 동시에 맡은 조나 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영화라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 나오는 자동차와 패션과 음악을 보면 정말 많은 정성과 추억이 담긴 영화라는 사실이 느껴진다. 노래 선곡은 조금 아쉽지만 괜찮은 편이다. 사춘기 소년들의 감성과 생각(나는 알 것도 다 알고 어른들도 우습지만 정작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남성 집단에서 서열로 인해 벌어지는 미묘한 신경전, 가족의 문제 같은 것들도 잘 묘사가 돼 있다. 여성 묘사는 아쉽다. 감독이 본인의 소년 시절을 회상하며 찍은 영화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다 싶기도 하다만. 힙합과 거리 문화에 대한 동경이나 애정이 있는 사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