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열정
감독: 장 뤽 고다르
개봉일: 1982년 5월 26일
길이: 88분
언어: 프랑스어
A beautiful and masterful film with no rule
(이 영화는 리뷰 없이 보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추천하는데, 보실 생각이 있으시면 이 리뷰는 안 읽으시는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다 감상하신 후에 제 리뷰를 보시면서 본인과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보시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표면상 영화 만들기에 관한 영화인 <열정>은 작품 속 주인공인 영화감독 Jerzy처럼 고다르 역시 “스토리”를 포기한 영화이다. 자크 리베트의 걸작 <미치광이 같은 사랑>이나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½> 같은 창작에 관한 영화에서는 고뇌하는 창작자들도 플롯의 일부이지만, 이 영화는 작품 속 창작자의 고민이 작품에도 반영된 듯해 신선하게 감상을 할 수 있었다. 결국 이미지와 음악, 그리고 유럽의 예술과 정치가 남는 고다르의 영화이다.
라울 쿠타르가 촬영 감독을 담당한 이 영화는 촬영도 정말 훌륭한데, 35mm 필름의 표준화면 이미지는 특히 색감이 정말 아름답고, 화면에 담긴 영화 속 영화의 대상인 활인화(Tableau vivant)들 역시 정말 아름답다.
IMDB에서 어떤 사용자는 “모든 (이념적) 열정을 소비한 후 (...) 1982년 대처-레이건 시대에, 아무도 베트남이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나 아프리카의 내전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돈만을 원했다. 고다르는 코카콜라나 펩시 대신 우리에게 렘브란트, 카라바지오, 모차르트를 전시해 준다”라고 이 영화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더 이상 동의할 수 없는 리뷰였다. 이 영화에서는 계속되는 영화 촬영과 그렇게 해서 보여지는 활인화들을 볼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의 행동과 계속해서 등장인물들에게 인지되고 있는 폴란드의 사태(이 시기에 폴란드에 계엄령이 발동됐었다고 한다)도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언뜻 보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고다르 영화의 핵심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p.s.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는데, 상영이 끝난 후 강연을 잠시 들으니 당시에 영화사의 회계사와 경리가 영화의 스토리를 짰다고 하던데,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사실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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