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 리뷰들/책과 영화, 다큐멘터리

1963 발칙한 혁명 - 로빈 모건,아리엘 리브 지음/김경주 번역

새로운필명 2017. 3. 12. 21:00






 1963년도 전후에 문화업계에서 제일 잘 나갔던 유명인들이 당시의 상황에 대한 기억을 얘기하는 인터뷰 책이다. 부제가 “비틀스, 보브컷, 미니스커트 거리를 바꾸고 세상을 뒤집다”인데 당시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새 문화가 주된 논의 대상이고, 1963년도 직전부터 그 해까지를 자세하게 다룬다. 음악 쪽에서는 키스 리차드, 에릭 클랩튼, 빌 와이먼 같은 사람들까지 인터뷰를 하고, 개인적으로는 로버트 크리스트가우의 인터뷰도 있어서 좋았다.


 다만 책 자체가 인터뷰로만 이루어져 있고,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를 조각내서 시기로 나누어진 챕터마다 여러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챕터 별로 등장 인물이 다른 건 아님. 처음 등장한 사람이 끝까지 계속 나옴), 이게 따로 이루어진 인터뷰들이 모아진 거다 보니까 계속 끊기는 느낌도 들고, 좀 아무말대잔치스러운 면이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이 책은 자료영상 전혀 없고 출연자들 인터뷰로만 이루어져 있는 다큐멘터리라고 비유하고 싶은데, 도중의 테리 오닐의 정말 아이코닉한 사진들이 있긴 하지만, 흥미도가 떨어지는 지점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유명인들 정말 많이 나와서 인터뷰를 해줬지만, 사실 이 책 분량에서 ⅓ 이상의 분량은 족히 차지하는 비틀즈는 생존 멤버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중 누구도 인터뷰를 해주지 않았고, 그 외에도 인터뷰이들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책을 읽으면서 “오 이 분도 여기 참여해주셨네” 이렇게 생각하게 되긴 하는데 이게 올스타라서 그런 게 아니라 애초에 그렇게 풍성하지 않은 라인업에 한둘씩 늘어나다 보니까 그런 말을 하게 되는 그런 상황… 그래서 구성 자체와 인터뷰이 라인업은 좀 아쉬웠다. 


 그리고 책 자체도, 결국 당시에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잘 맞아떨어져서 대중문화가 융성하게 되고 기존의 질서가 바뀐 것처럼 보였던 건데, 작년에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다 겪어놓은 2017년도에 있어서는 좀 기획 자체가 너무 섣부른 샴페인 터뜨리기 아니었나 싶다. 이 책에서 당시에 영국의 계급 제도가 루즈해졌었다고 계속 주장하는데, 이건 전후 경제 성장기 시절 일부 지역들에서나 밤에 놀 때 그랬던 거지, 당장 21세기에 와서도 영국은 엄연한 계급사회인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좀 미묘했다. 결국 그 때 가장 성공했던 사람들 데려와서 얘기 시키는거라. 한편 작가의 말도 좀 이상한데, 이 사람은 정말 1963년이 혁명적인 해였고, 그 정신이 아직도 살아숨쉬어서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의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같은 사람도 나올 수 있는 거라는데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지 나는 모르겠고 그리고 심지어 지금 이 디지털 시대에서도 경제적, 사회적 상황들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고(말하자면 계급 재생산 같은 문제?) 오히려 앞으로 더 암울한 전망만 보인다는 점이 좀… 핀트를 약간 잘못 잡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그 정도의 콩깍지가 씌워져 있어야 책 한 권 쓸 수 있는 거겠지만.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책 구성 자체도 친절하진 않은 편이고, 기획 의도 자체도 좀 “오버”하는 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읽다 보면 깨알같이 얻을 수 있는 정보와 당시 주인공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그런 게 있어서 되게 큰 유잼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음… 하지만 당시 문화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 난 그래서 나름 쏠쏠한 재미를 느끼며 읽었지만. 


-그리고 번역이랑 책 출판 상태 상당히 괜찮다. 오타, 오역 이런 거 중반부 넘어가면 좀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난 만족만족... 

-그리고 ㅇㅈㅁ 이 분 좀 관련 출판물과 음반에서 이름과 글 좀 안 볼 수 없나 싶어서 항상 아쉽다...

-그리고 관련해서 "레트로 마니아"라는 대중용 비평서 있는데 이 책도 나중에 한 번 더 읽어보고서 블로그에 리뷰 올리고 싶다. 2014년도에 국내에 번역 출판된 책인데 그 때 나름 재밌게 읽었었음. 한계도 많은 책이었지만...

-이 책에서 밴드들의 라이브 공연과 녹음된 음반 결과물의 차이가 언급되는 부분 있는데, 이 부분도 재밌었던 것 같다. 이제 와서는 고리타분한 흑백 티비 속의 경직된 밴드들이 사실은 완전 양아치 건달에 약과 술을 끼고 살았었음...

-에릭 클랩튼 짱 멋있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