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 리뷰들/책과 영화, 다큐멘터리

로슈포르의 연인들 - 자크 드미, 1967

새로운필명 2017. 4. 8. 20:33

 현재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는 화룡음정: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라! 라는 제목으로 뮤지컬 영화들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https://www.koreafilm.or.kr/cinematheque/programs/PI_01037 나는 오늘 오후 2시에 상영한 <로슈포르의 연인들>을 보고 왔다. https://www.koreafilm.or.kr/movie/PM_006778 이 영화는 재작년(벌써 재작년이 되어버렸다)에 서울아트시네마가 낙원상가에서 마지막으로 상영한 영화이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마지막 상영 때는 안 봤고, 그 직전 상영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었다. 그 때 이 영화가 참 아릅답고 좋은 영화라 생각해서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유투브로 이 영화의 음악도 다시 찾아 듣고 그랬었다.



 이 영화를 사람들은 지금 봤을 때는 촌스럽지만, 환상 안에 빠져든 것 같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영화라고들 한다.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이 영화는 아름답다. 하지만 촌스러운지는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볼 때 나도 어떤 과거에 대한 향수 혹은 지향을 느끼게 되긴 하지만, 그 감정은 생생하다. 인물들이 말을 하고 춤을 추는 모습은 절대 흘러 지나간 과거의 고루함을 풍기지 않는다. 정말 생생하다. 또, 이 영화가 과연 행복한가.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로슈포르에선 군인들이 다니고, 한 여인의 토막 살해 사건은 계속해서 인물들의 화젯거리가 된다. 신문을 본 노인은 지금 분위기가 1939년도와 비슷하고, 곧 있으면 3차 대전이 발발하는 거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한다. 또, 영화 내내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운명의 사랑들 때문에 얼마나 노심초사하게 되던지. 이 영화에 관련된 여러 역사적 사실들(이 영화는 쉘부르의 우산 이후 자크 드미의 야심작이었으나 영화는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 했고, 여자 주인공 중 한 명인 프랑소아즈 돌레악는 영화 개봉 몇 달 후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다)을 무시하더라도, 이 영화는 어쩐지 환상과 사랑에 대해 다루면서도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끔찍하고 이상한 현실들을 비춰주고, 그에 대해 주인공들은 공감능력이 전무한 사람들인 것만 같은 반응을 보인다. 혹은, 주인공들은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마주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위태로움을 느꼈고, 그 점이 늘 눈에 밟혔다. 



 어쨌든 이 영화는 추천하고 싶은 뮤지컬 영화다. 이 영화에서 예술과 인생을 사랑하는 인물들은 주말에 축제가 벌어지는 로슈포르에서 우연히 모이게 되고, 거기서 운명의 사랑을 하기를 기대한다. 여기에는 인물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도시는 하나의 무대가 된다. 노래들이 특히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다. 영화 보시기 전에 미리 듣지 마시고, 영화 보면서 처음 들어보시길.



 허우 샤오시엔의 <비정성시>에서 “일본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꽃은 벚꽃이라고 한다. 아름다움이 절정일 때 져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의 대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가문의 막내딸이 편지를 쓰거나 읽으면서 속으로 생각하는 중에 나왔던 대사인 것 같다. 오늘 이 영화, <로슈포르의 연인들>을 보면서 그 대사가 문득 떠올랐는데, 그 이유는 왜일까. 마침 오늘 서울에는 벚꽃들이 활짝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