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 리뷰들/앨범

1분기에 들은 앨범들 몇 가지

새로운필명 2017. 4. 2. 21:37

 개인적으로 작년 말부터 생활이 굉장히 편해져서 올해에는 평온한 상태에서 여러 앨범들을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애플 뮤직을 미국 계정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서비스가 물건이더라. 국내 음원 사이트나 음반 매장에서는 구하기가 힘들고, 해외 직구를 고민 중이던 앨범들을 편리하게 들을 수 있어서 지난 몇 년간에 제일 여러 앨범들을 들을 수 있는 기간이었다. 그 중에 지금 생각나는 앨범들 몇 가지 정리하려 한다.

 

 

Mac Demarco, <Salad Days>

 

 작년인가 재작년에 내한 공연도 했던 인디 락 음악가다. 설명글들 보면 70년대 AOR에 기반한 음악을 한다는데, 과연 그렇다. 앨범은 수록곡도 11곡 남짓 정도 되고, 곡들의 러닝타임도 짧다. 편안하고 안전한 연주 속에서 가수는 자신만의 가사를 읊조린다. 이게 설명만 들어보면 굉장히 지루할 것 같은데, 음악을 만들면서 나름 알차게 만들고, 분위기가 매력적이라 지루하지 않게 들을만 하다. 물론 이 앨범에 새롭고 독창적인 요소들은 적다. 하지만 뭐랄까, 어떤 전통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우수한 앨범이고, 굉장히 재밌게 잘 들었다. 70년대 루 리드의 앨범, Coney Island Baby와 비교하고 싶은데, 루 리드의 그 열정적인 면도 없고, 자신을 어떻게든 드러내며 얘기를 해내려는 그런 정신도 없고, 독창성도 거의 없지만.... 일단 그냥저냥 틀어놓기에 좋다.

 

 

Viet Cong, <Viet Cong>

 

 지금은 Preoccupation인가 하는 이름으로 바꾼 밴드가 전 이름을 쓸 때, 동명으로 발표한 앨범이다. 포스트 펑크 앨범인데, 이 앨범도 새로운 게 있다기보다는 전통을 잇는다는 점에서 우수한 앨범이다. 80, 90년대의 인디 밴드들을 계승하는 느낌이다. 잘 들었다.

 

 

D'angelo and the Vanguards <Black Messiah>

 

 이 앨범 발매 당시에 CD도 샀었는데 그동안 안 듣고 있었다. 이번에 여러 번 듣게 됐다. 특별히 기억나는 곡은, 내 기준으론 후반부에 있었고, 앨범이 전체적으로 정말 좋아서 미칠 것 같은 순간은 나에게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듣다 보면 잘 연주되고 잘 만들어진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있었다. 정말 농염하다는 수식이 알맞을 것 같다. 가사들도 찾아봤을 때 좋던데... 나중에 다시 한 번 찾아서 읽어봐야겠음.

 

 

John Lennon, <John Lennon/Plastic Ono Band>

 

 정말 부끄럽지만 여지까지 존 레논의 솔로 정규 앨범을 들은 적이 없었다. 히트 앨범 하나는 들었었지만. 변명하자면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 중 나는 폴 매카트니파라고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폴 매카트니의 솔로 앨범들과 윙스 앨범들을 아주 조금씩 들었었다. 사실은 조지 해리슨의 솔로 시절 앨범들도 아직 듣지 않고 있다. 정말 부끄럽다. 그래서 이 앨범 듣게 되었는데, 정말 좋았다. 이 앨범은 과연 명반이었고, 여기에서 존 레논이 들려주는 음악은, 음악적으로 얘기하자면 당시의 기준에 맞춰 자신만의 블루스 음악을 들려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앨범에 관한 글들은 많이 읽었었고, 마지막에 비틀즈를, 자신을, 신을, 종교를 부정한다고 했을 때, 나는 그냥 이 앨범이 약간 비약이 있고 단순한 가사를 가진 앨범일 것이라고 섣부르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앨범을 들었을 때, 어떤 면에서는 그랬지만, 그래도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음악으로 들려준다는 게, 결국 이 앨범도 상품이고 존 레논도 자신의 락 스타로서의 인격을 보여줬을 뿐이지만, 그래도 정말 감동받을 수 밖에 없었다. 2017년도에 존 레논의 솔로 앨범을 들으면서 감동받는다는 건, 정말 시대착오적이고 촌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감동 받았고, 이 앨범은 앞으로 평생 끼고 살면서 많은 영감도 받고, 계속 듣고 또 듣는 그런 앨범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최근에 이 앨범을 여러 번 듣지는 않았는데, 뭐 어쨌든 앞으로 쭉 들을 거니까.

 

 

The Beach Boys, <Surf's Up>

 

 이 앨범 정말 좋은 앨범이었다. 이 앨범이 위대하다라고는 절대 할 수 없겠지만 음악 덕후로서 참 만족스럽게 들었고, 이 앨범을 드디어 찾아서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에서 참 즐거웠다. 이 앨범은 전기적인 면에서 보자면, 비치 보이스가 침체기에 빠지고 전화위복을 삼기 위해 발표했던 앨범으로, 그 전 몇 년간에 비하자면 좋은 성과를 거두웠지만, 그렇다고 또 밴드의 재기를 도와줄 발판이 될 법한 성과도 아니었어서, 이후 밴드는 다시 초기 음악에 집중하며 앨범들과 모음집 앨범들을 발표하게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