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 리뷰들/앨범

백예린 - Our love is great (2019), ★★★★

새로운필명 2020. 12. 4. 11:02

 

 

 이 EP를 2019년에 안 듣고 지나갔었는데, 내 실수였다. 이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다고 하던데 적절한 수상이었던 것 같다. 어느 해에 나왔어도 그 해 한국 최고의 음반이 되었을만한 앨범이다.

 

 

 

 백예린 씨는 이 앨범을 통해서 또래의 특정 집단 대표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된 것 같다. 90년대 후반생들이 2010년대에 10대 시절을 거치고 20대 중반의 나이가 되며 보고 느꼈을 것들을 백예린 씨가 노래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2010년대는 디지털 기술의 폭발적인 진화로 하드웨어적으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보급되고 소프트웨어적으로는 트위터, 인스타, 핀터레스트 같은 각종 sns와 무제한 스트리밍 음원 사이트, 무제한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90년 대생들은 역사상 그 어느 세대보다 손쉽게, 풍부한 대중문화 창작품들의 유산에 접근할 수 있었다. 90년 대생들은 P2P나 토렌트로 꾸역꾸역 각종 자료들을 모으고, 네이트온으로 소통하며 이글루스나 미니홈피로 자신의 공간을 가꾸어 나가던 80년 대생들과는 분명히 달랐던 것 같다. 백예린 씨는 그 디지털 공간에서 본 예술적인 이미지 파일들, 시티 팝, 재즈 음악, 자신이 어렸을 적 보았던(혹은 보았던 것 같은) 미국의 하이틴 영화들, 지브리 애니들, 이런 것들에 영향을 받아 봄날의 바람, 고양이, 도시의 나무들을 보며 느낀 감정들을 노래로 풀어냈다.

 

 

 

 무엇보다 이 EP에는 멜로디가 좋고 쉬운 노래들이 있고, 좋은 세션과 환상적인 목소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할 수 있고,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