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들/일상의 부스러기

다크 나이트:라이즈를 다시 보다

새로운필명 2022. 1. 10. 09:00


2020년 7월 14일 관람.



이번에 배트맨 삼부작이 재개봉을 해서 다크나이트:라이즈를 용산 아이맥스관에서 봤다. 아이맥스 스크린은 대단했고, 할리우드의 프로덕션도 참 훌륭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보였다. 이 영화는 배트맨의 설정들을 기반으로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을 구상하고 그 장면들을 엮어서 만든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 엮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튀는 장면들이 종종 눈에 밟혔고 대본도 안 좋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도 배트맨과 크리스토퍼 놀란을 좋아하기 때문에 즐겁게 보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만듦새보다는 이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 영화가 개봉된 2012년 여름에 한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었고, 미국은 월가 점령 시위가 벌어진 지 반 년이 지난 시기였다. 또한 이 영화 개봉 초기에 미국 현지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의 영화 리뷰들은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띠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내가 읽었던 리뷰들은 저런 맥락 속에서 영화에 대한 인상 비평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더 나아가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보수적 성향이나 미국인들의 속내 같은 것들을 짚어내려는 글들도 있었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당시에는 내가 어리고 순수하고 멍청했기 때문에 저런 글들의 주장에 쉽게 동조했었다. 이제 와서 보면 저런 글들은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에 근거한 순진한 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움을 얻을 수 없는 글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일간지나 영화 주간지 형식에 맞는 영화 리뷰글들이 별로 인기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곤 한다.



하지만 마침 얘기가 나온 김에 2020년에 이 영화 개봉 당시에 유행했던 방식으로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현재 나는 정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염려스러운데, 이 영화에서 베인은 엉성하고 난해한 방식으로 서구 문명의 몰락이라는 목표를 이루려고 하지만, 현실에서 대한민국은 저런 빌런 없이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베인은 위기 상황을 조장하고 비현실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인민재판을 개장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말 물 흐르듯 눈에 띄는 분기점 없이 그와 유사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몇 명의 빌런과 몇 명의 히어로가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게 없다. 2010년대 내내 급격하게 누적된 다층적인 집단적 광기가 휘몰아치는 한국 사회에서 도대체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 것일까. 이 영화를 보고, 당시의 리뷰들을 기억하다가 하게 되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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